오랜만에 번역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어 여기저기 샘플테스트를 보던 차, 나름 쇼크를 먹은 일이 있습니다. 모국어인데도 영한 번역에서 점수가 깎이는 이유가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틀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우리나라처럼 맞춤법 규칙이 자주 바뀌는 나라도 드문데, 워드 프로그램에서 spell check도 해 볼 생각을 안 했으니, 오만했지요.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우가 무가 되고 칼치가 갈치가 되기까지 얼마나 유구한 세월이 흘렀을까요. 하지만 싱가폴이 싱가포르가 되었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못내 속상하고 분합니다.
영어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일관적인 언어입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바뀔 일이 없고 Chicago Manual of Style 등으로 대표되는 서식 매뉴얼도 개정판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크게 변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영어도 변하긴 변하나 봐요.
미국에서도 한국 못지 않게 일부 중산층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욕심이 과하다고 하지요. 이런 helicopter parent들은 여기저기 과외 활동을 통한 스펙 쌓기를 돕는 것도 모자라 아예 대학입학원서의 essay를 대신 써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아무리 부모가 잘 써 주어도 대필한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으니 헛수고 말고 아이한테 직접 쓰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부모가 써 주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뭐냐고요? 지금 학부모 세대는 마침표 뒤에 스페이스 바를 두 번 누르게끔 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한 칸만 띄우게끔 배웠다네요. 그래서 에세이에 문장 사이 공백이 두 칸 있으면 이건 피묻은 지문이나 다름없답니다. 한번 읽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