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컴퓨터가 생겼어요! (1) – Windows 10은 처음이라

Windows 7은 참 잘 만든 운영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한 번역가 배움터를 방문하신 여러분들 가운데도 Windows 7을 사용하고 계시는 분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Windows 7의 지원이 2020년 1월 14일에 종료된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반복될 역사

2014년 4월 Windows XP의 지원이 끝날 때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난리였습니다. 지원 종료 시기는 오래 전부터 못박혀 있었지만, 특히 기업이나 기관에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았지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 기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거절했고, 영국도 Windows XP 기술 지원을 1년 연장하는 대가로 약 550만 유로를 지불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일련의 사태로 사업적 교훈(?)을 얻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Windows 7을 대상으로 2023년 1월까지 “Windows 7 Extended Security Updates”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업데이트는 무료가 아닌 유료이고, 기기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액수도 매년 비싸집니다. 1년차에는 1대에 50불, 2년차에는 1대에 100불 이런 식이로요. 즉, 정부나 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이지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일반 사용자는 2020년 1월 14일 이전에 Windows 7을 부디 놓아주시기를(?) 권합니다.

 

“지원이 중단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기술 지원 중단”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Windows 7에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이 발생하더라도 더는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명백하게 문제가 있더라도 고쳐지지 않습니다. 공격자가 이런 취약점들을 활용하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데요, 일반 사용자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재난으로는 랜섬웨어 감염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한 번역가 배움터도 랜섬웨어 사태로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랜섬웨어에 걸려서 데이터와 시간을 잃는 것보다는 Windows 10을 새로 사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되지 않나요?”

백신이 있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다만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최신 버전으로 유지해도 운영체제 자체의 취약점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운영체제를 자동차로, 보안 업데이트를 자동차 뼈대로, 백신을 에어백으로 보시면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컴퓨터 성능 등을 이유로 Windows 자동 업데이트를 꺼두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이제는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Windows 10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나요?”

물론 반드시 Windows 10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Windows 8이나 8.1도 있으니까요. 가령 Windows 8.1은 2023년 1월 10일까지는 지원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어차피 바꿔야 한다면 8.1보다는 10을 쓰시는 편이 낫습니다. 10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출시 초기에 비해 많이 나아진 편이고, 기왕 바꿀 것 10으로 바꾸는 쪽이 나중에 들어갈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요.

 

“어떤 Windows 10 에디션을 사용해야 하나요?”

Windows 10 에디션 종류가 은근히 많습니다. 일반 사용자가 주로 접할 에디션은 Windows 10 Home과 Windows 10 Pro 둘 중 하나일 텐데요,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번역가라면 Windows 10 Pro 또는 Pro의 상위 에디션을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Home보다 기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후술할 기능 업데이트 문제 때문입니다.

 

“Windows 10은 언제까지 지원하나요?”

빠른 시일 내에 Windows 11 같은 것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Windows 10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전처럼 가령 1) XP를 출시하고 2) XP의 서비스팩을 수차례 제공한 다음 3) 새로운 Windows인 Vista를 출시하는 방식을 버리고 “Windows as a Service”라고 하는, 마치 스마트폰 운영체제처럼 계속해서 기능을 누적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대신 1년에 2회(매년 3월과 9월) “기능 업데이트”라는 것을 출시하는데요, 큰 틀에서는 같은 Windows 10이지만 기능 업데이트 적용 여부에 따라 버전이 나뉘게 됩니다. 예를 들어 “Windows 10 1803” 버전은 18년 3월 업데이트를 적용한 Windows 10을 가리키는데, Windows 10 지원 정책은 숫자 버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만약 Windows 10 Pro 에디션을 쓰고 있고 1803, 즉 18년 3월 업데이트까지 설치한 상황이라면, 대략 1년 6개월 후인 19년 9월까지 보안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종료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즉, 이제는 기능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설치해야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기능 업데이트가 나올 때마다 설치해 주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겠군요?”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원래 무슨 프로그램이든 업데이트는 빨리 설치하는 것이 맞지요. 그런데 기능 업데이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안 업데이트라기보다는, 없더라도 번역 작업에는 별 지장이 없는 add-on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신기능이 추가되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운영체제를 안정적으로 개발하고 충분히 테스트하기에 6개월은 상당히 짧은 기간입니다. 위의 표 아래를 보시면 “3월과 9월을 목표로”라는 말이 있는데, 일정대로 1년에 2회 기능을 추가한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6개월마다 없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OS 업데이트 주기가 짧은 스마트폰에서 OS를 업데이트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일이 더러 있지요? Windows 10도 마찬가지여서 업데이트하기 전에 멀쩡했던 컴퓨터가 업데이트 이후에 별별 문제를 일으키는 전례가 그동안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10월이 거의 다 되어서야 나온, 일정을 가까스로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드는 1809 업데이트의 경우 사용자 파일이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업데이트 자체가 내려가기도 했고요. 

이외에도 압축 파일과 관련된 버그도 있었지요. 결국 1809 업데이트는 예정이었던 9월이 훌쩍 지난 12월에야 배포되었습니다. 이처럼 PC는 스마트폰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더 복잡할 때가 많습니다. 빠르면 며칠 안에 해결될 때도 있지만, 그 정도면 운이 좋은 편이지요. 며칠만에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그 며칠 동안 문제를 겪은 당사자가 나라면… 골치가 아플 일입니다.  운이 나쁘면 내 컴퓨터에서만 발생하는 자잘한 오류가 몇 달이 지나도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하면 Windows를 재설치해야 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일반 사용자가 컴퓨터를 쓰다가 가장 답답한 상황이 무얼까요? 네, 어제까지 잘 되던 게 오늘 안 되는 상황입니다. 어제까지 잘 열리던 용어집 Excel  파일이 열리지 않는 경험을 하고 싶은 분은 없겠지요?  Windows 10 컴퓨터로 마감일이 정해진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능 업데이트가 나와도 바로 설치하지 말라고 감히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Home 에디션만 해당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Home 에디션은 업데이트를 마음대로 연기할 수 없습니다. 아까 1809 버전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이 경우 Home 에디션 사용자가 Pro 에디션 사용자보다 문제를 겪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Home 에디션은 보안 업데이트와 기능 업데이트를 구분해서 설치할 수 없지만, Pro 에디션 이상에는 기능 업데이트를 나중에 적용하는 옵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Pro 에디션은 기능 업데이트를 최대 365일 미룰 수 있습니다. 바로 “Home 에디션 사용자가 무슨 베타 테스터입니까?”라는 항의가 나오는 이유이지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Windows 10 Pro 에디션 이상을 사용하시되, 보안 업데이트는 가능한 한 빨리, 기능 업데이트는 나중에 적용하도록 설정하시는 걸 권합니다. 사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즘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다 한들 크게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그동안 기능 업데이트를 빨리 적용했던 수많은 얼리아답터(?)들이 겪은 불행을 고려해 본다면, 신기능은 업무용 컴퓨터가 아닌 다른 컴퓨터에서 시험해 보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그런가요? 저는 이미 Home 에디션을 쓰고 있는데요?!”

Home 에디션을 쓰는 분이라면 당장 쏟아지는(?) 기능 업데이트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원치 않으셔도 Home 에디션은 결국 강제로 업데이트를 합니다. 다만 새로운 Windows 업데이트가 나왔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시기(특히 3~4월 / 9~10월)에, 굳이 업데이트 메뉴로 들어가서 확인해 보지는 마십시오. 이런 매는 나중에 맞는 게 낫습니다.  가령 아래와 같은 버튼을 봤을 때 저와 비슷한 분이라면 꼭 눌러보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을 것입니다.  😳 

물론 평소에는 자주자주 눌러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업데이트에 역행하는 조언을 감히 드린다는 게 참 슬프고 모순적이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상이 그런걸요. 이외에도 컴퓨터가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것처럼 가장해서 업데이트를 강제로 미루는 꼼수도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까지 하지는 마시고 Home 에디션 사용자라면 이 정도만 유념해 주십시오. 향후에는 Windows가 기능 업데이트와 보안 업데이트를 엄격히 구분하고, 사용자가 이를 직접 선택해서 설치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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