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컴퓨터를 열어보니 받은편지함에 이메일이 30통! 자세히 보니 별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대충 걸러 보며 중요하고 급한 것만 먼저 처리했는데 그래도 어느새 30분이 훌쩍 날아가버렸습니다. 드디어 맘을 가다듬고 일 좀 하려는데 이번에는 전화가 띠리리 울립니다. 받아보니 스팸입니다. 화가 나서 끊고 나니 일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쉬어야 할 시간임을 뇌가(혹은 타이머가) 알려줍니다. 한숨이 푹~

익숙한 그림인가요?

인생은 실은 매우 짧은 단위 시간의 연속입니다. 이런저런 방해꾼들 때문에 정말 맑은 정신으로 뭔가를 할 시간은 늘 부족하죠. 그 짧은 시간을 좀먹고 훔쳐가는 것이 바로 스팸 전화와 스팸 메일입니다. 하루 몇 통의 스팸이야 참을 수 있지만 늘 똑같은 스팸, 사기성 전화와 이메일 때문에 내 소중한 시간이 줄줄 새나가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정말 억울한 일입니다. 한번 흘러간 시간, 흐트러진 집중력에 대해 보상받을 길도 없습니다. 이런 것은 작정하고 단호히 막아야 합니다. 내 생명의 단위인 시간이 줄줄 새나가게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 소중한 시간과 집중력을 지키는 방법을 전화와 이메일로 나누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화.

일차 방어선: 번호 차단

전화가 울리는 것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아무리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걸 무시할 수 있는 장사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선은 쓸데없는 전화가 내게 오지 않게 해 둬야 합니다. 폰에 있는 기능을 이용해서 걸려온 스팸번호는 모조리, 가차없이, 주저없이, 단호하게, 확실하게 차단시켜 둬야 합니다. 

전화번호 차단

제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런 조치를 취해두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24시간 내내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려대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 전화기 산 지 한 3년 된 것 같은데 대략 보니 150개 정도의 번호가 차단되어 있습니다.  

모르는 번호에서 걸려오는 전화 안 받기

“스팸인 걸 알면 차단해 두겠지만 모르는 번호에서 처음 걸려오는 전화는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요? 스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까요.”

직업 상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받아야 한다면 그래야 할지 모르죠.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모르는 번호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친구가 전화번호를 바꾸어서 모르는 번호가 뜰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런 경우라면 친구가 음성 메시지를 남겨둘 겁니다. 스패머는 그런 것 남겨두지 않습니다. 물론 로보콜인 경우에는 남겨둘 거고요. 음성 메시지를 남긴 친구에게는 한 시간 뒤에 전화해 주면 됩니다. 로보콜 및 아무 음성 메시지도 남기지 않은 전화는 바로 차단해 버리십시오.

그것도 귀찮고 그냥 모르는 번호는 아예 울리지도 않게 하겠다는 엄청난 집중주의자시라면, 모르는 번호 모두를 차단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의 빨간 부분을 클릭하면 됩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기꾼 거르기

나라마다 시기마다 사기의 내용이 다르지만 위의 두 가지만 실천해도 일단 사기꾼에게 당할 확률이 많이 줄어듭니다. 경찰이나 국세청 등을 사칭하는 전화, 무슨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연락하라는 전화, 크루즈 여행권을 줄 테니 연락하라는 전화, 지붕 홈통 청소(이게 캐나다에서 최근에 아주 엄청났는데 전 단순 스팸인 줄 알았더니 나중에 뉴스에 보니까 사기였더군요) 권유 전화 등등 사기꾼들의 레퍼토리는 창의적으로 진화합니다. 일단 받지 않는 것이 상책이고, 최근 유행하는 사기에 어떤 것이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 좋은 걸 네가 갖지 왜 생면부지인 나더러 가지라며 이렇게 노력해?” 하고 자문하면 대부분의 사기꾼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캐나다 경찰이나 이민국을 사칭하는 전화도 많은데 너를 대상으로 무슨 소송이 제기되었으니 어디로 전화하라는 로보콜이 옵니다. 저런 것에 누가 당하나 했는데 신분이 불안한 유학생들이 등록금보다 더 많은 돈을 사취당했더군요. ㅠㅠ

꼭 필요한 것은 확실히 받기

전화가 소리를 내는 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위와 같은 조치를 해두었다면 실은 전화가 소리를 낼 때마다 기분이 좋을 수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전화를 걸고, 고객이 내게 프로젝트를 보냈다는 이메일 알림이 오는 것은 얼마나 반갑습니까? 저는 저런 알림은 실은 밥 먹다가도 받습니다. (물론 추천하지는 않음.) 너무하다고요? 하나도 너무하지 않습니다. ㅎㅎ 앞에서 얘기한 것하고 상반된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정도 알림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내게 필요한 알림은 제때 받고 내게 필요 없는 알림(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것이 대부분임)은 철저히 차단하는 것입니다.

전화는 이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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