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링크: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03&aid=0009661987
미국시간으로 2월 9일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립니다. 한국에도 생중계를 한다고 합니다. 전세계 영화팬들이 기다리는 날이자, 그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팬들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부문의 수상후보에 올랐기 때문이죠. 이미 칸영화제에서도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니 아카데미상도 탐낼 만한 것 같습니다. ‘기생충’을 탄생시킨 봉준호감독은 언론의 한 인터뷰에서, 소심하고 어리숙했던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만든 건 ‘덕질’이었다고 합니다. 혼자 영화를 좋아하고 몰입하다보니 영화로 성공을 거둔 성덕이 된 것입니다.
사진 출처 링크: https://www.ajunews.com/view/20190801094712202
지난해, 구글과 유튜브CEO의 초청을 받았고, 영국 BBC도 주목했던 70대 할머니 스타, 박막례할머니의 스토리에서도 덕질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막례할머니의 유튜브를 찍어 순식간에 스타로 만든 장본인은 친손녀 김유라피디입니다. 김유라피디는 평생 식당에서 일하며 고생하신 할머니의 숨겨진 끼와 매력을 알아봤고 할머니의 치매 예방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퇴사하고 오로지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를 덕질하며 카메라를 들었을 뿐인데 전세계 팬들은 할머니의 영상을 보며 울고 웃었습니다. 김유라피디 역시 본인의 성공비결을 덕질의 힘으로 꼽습니다.
저도 덕질의 힘을 믿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부터 덕질을 가지가지 했습니다. 가수와 농구선수 팬클럽에도 가입해서 열심히 쫓아다녔죠. 해외가수들도 좋아했는데요. 제가 팝송에 처음 입문하게 된 계기가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과 지금은 고인이 된 홍콩배우 장국영이었습니다. 30-40대들은 이들이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생생히 기억하실 겁니다.
특히,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3집 타이틀곡이었던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은 무한반복 틀어놓고 부르며 노트에 그냥 소리나는대로 발음을 한국어로 적어서 외웠습니다.
Step by step, oh, baby, gonna get to you girl
스텝 바이 스텝, 우, 베이베~ 거너 겟 투유 거얼~~~~
이런 식으로 다른 팝송들도 따라적고 불렀습니다. 뭔 말인지 전혀 뜻도 모르고 말이죠. 장국영은 배우 겸 가수였는데 ‘투 유(To you)’ 라는 곡을 영어로 불렀습니다. 이 곡도 달달 외우고 똑같은 식으로 적었습니다.
So many times I let you down, So many times I made you cry
쏘 매니 탐 자 렛 추 다운, 쏘 매니 탐 자 메 쥬 크라이~~
초등학생이 이렇게 놀았다는 게 조금 웃기고 귀엽지 않나요? 지금이야 뜻을 알지만 그땐 그저 가수가 좋아서 무작정 노래가 좋았고 영어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돌고 돌아 지금 영어번역가로 밥벌이를 하고 있어서 저 가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팬클럽은 아마 BTS,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일 겁니다. 요즘에는 TV보다 유튜브를 훨씬 많이 보는 세상이라 어디서든 아미들은 BTS의 근황을 알 수 있습니다. 워낙 아미의 정보력이 뛰어나고 대규모라서 거의 실시간으로 각종 외국어의 자막이 올라오기도 하는데요. 아무리 자막이 있어도 BTS멤버들의 노래가사와 대화를 직접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해외팬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제 아이디가 ‘비키언니’입니다. 비키의 언니란 뜻입니다. ‘비키’는 저랑 10년째 같이 사는 반려견 이름이고 제가 가장 오래 덕질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10살인데 엄청 귀엽지 않나요? ㅎㅎ 비키도 제게 무한한 기쁨을 주고 생각지 못했던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유기견으로 만났던 비키와 저의 이야기를 반려동물 잡지에 싣기도 하고, 꾸준히 비키의 성장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다보니 반려동물사료와 간식업체에서 협찬도 여러 번 해줬습니다. 그리고 각종 반려견 관련 방송 프로그램과 강아지 관련 논문 번역일도 하며 밥벌이 겸 강아지 공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제가 새로 시작한 덕질이 있습니다. 저는 이 덕질 때문에 새로운 꿈이 생겼는데요. 바로 넷플릭스 스페인 드라마와 스페인 배우 덕질입니다. 5년 전 잠시 스페인어를 공부했지만 손놓고 있었는데 덕질 덕분에 다시 공부하게 되었고 새로운 목표도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스페인어를 사용해서도 밥벌이를 꼭 해볼 생각입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라는 세계를 알지 못했다면 다시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될 건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작가, 화가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인터뷰나 칼럼 등 다채로운 자료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뒤늦게 하는 공부가 힘든 게 아니라 오히려 어릴 때보다 재밌고 즐겁게 느껴집니다. 덕질은 그 어떤 목적보다 큰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또 스페인어는 문법이나 어휘가 영어와 비슷하기 때문에 영어나 라틴어계열 언어를 공부했던 사람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제가 덕질하는 드라마와 배우, 스페인어와 영어 비교 관련해서도 다음에 포스팅하겠습니다.
멋있으세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모든 것의 시작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번역하는 분들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선택하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