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즐거운 번역: ClicKey

번역을 하다 보면 가끔 사막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위는 적막한데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고, 나 홀로 어디까지 왔으며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지요. 캣툴 화면에서 지금까지 번역한 단어 수나 완료되기까지 남은 백분율 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수치 변화는 마음에 와닿지 않는 데다 이런 막막함을 쉬이 달래주지 못합니다. 번역일이 고독하다는 말에는 이런 점도 일면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 이전 세대의 번역가는 번역 작업을 하는 동안 실제로 눈에 보이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줄어든 원문 원고지, 늘어난 번역문 원고지, 새까매진 메모지, 책상에 쌓인 참고 문헌 등이 아마 캣툴의 백분율 표시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번역가에게 눈에 보이는 피드백을 주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타자기도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뽐냈을 테고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번역을 했던 모든 번역가에게 새삼 경의를 표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오로지 모니터 화면에서만 진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도 현세대의 번역가가 느끼는 막막함에 한몫할 것입니다. 눈으로 원고 뭉치를 볼 일도, 잉크 냄새를 맡을 일도, 사전을 만질 일도, 종이가 사각대는 소리를 들을 일도 없습니다. 번역을 오래 하고 많이 한다 한들 엉덩이가 닳으면 닳았지, 키보드가 닳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키보드가 달각달각하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지요. 컴퓨터 앞에서 하는 지식 노동이란 게  참 그렇습니다. 자잘한 집수리나 가구 DIY를 해본 분이라면 전동 드릴을 써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드릴도 컴퓨터도 기계로 된 도구라는 점은 같지만, 드릴로 구멍을 뚫을 때 느낄 수 있는 청각적 피드백을 키보드에서 실시간으로 맛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네, 그러니까 일하는 티를 팍팍 내보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여러분이 열심히 번역을 하고 있음을 소리로 증명해 주는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ClicKey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름부터가 아주 직관적이지요. 아래 주소에서 Download now 버튼을 클릭하여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rc.com/freeware/clickey.htm

 

 

 

파일을 내려받으셨나요? 설치를 거치지 않고 이 상태로 실행만 하면 되는 프로그램이니 적당한 폴더를 하나 만들어 파일을 넣어두시면 되겠습니다(지울 때도 파일만 삭제하시면 끝입니다). 저는 파일 이름과 같은 Clickey라는 폴더를 만들어서 파일을 넣었습니다. 참고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바로 가기를 만들어 두면 실행하기에 편리합니다. Windows 10을 사용하신다면 이렇게 만든 바로 가기를 시작 화면에 고정해 두셔도 좋습니다.

 

파일을 실행하면 아래와 같이 아까 사이트에서 봤던 화면인 Clickey Sound Chooser가 나타납니다. UI를 한번 살펴볼까요? 

키보드 키를 입력하면 기본적으로 타자기 소리가 납니다. 이 창에서 A~Z 키를 눌러 소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고전적인 타자기 소리에서부터 별 희한한 소리까지 있는데 한 번씩 눌러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세요. 

일하는 티를 내는 건 좋지만 소리가 지나치게 커서는 안 되겠지요. Volume 아래 있는 막대로 소리 크기를 조절하실 수 있습니다.  볼륨 막대 오른쪽에서 현재 설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소리를 a로 선택하고 최대 볼륨으로 설정해 둔 상태입니다.

아까 바로 가기를 만든 분이라면 바로 가기 속성에 이 설정(예:  sound=f volume=50)을 추가하면 원하는 소리와 볼륨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Set 버튼을 누르면 설정이 저장되고 프로그램이 화면에서 사라집니다. 종료된 건 아닙니다. 메모리에 상주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보이지 않는 상태로 작동합니다.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료하려면 Remove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빠르게 입력하다 보면 가끔 소리가 먹힐 때도 있지만, 가벼우면서 잘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즐겁게 번역하는 것 아닐까요. 행복하게 번역하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 Mac용으로는 NoisyTyper 와 Tickeys 가 있습니다. 저는 NoisyTyper가 좋더군요.

NosiyTyper 소개글 – http://macnews.tistory.com/5356
Tickeys 소개글 – http://macnews.tistory.com/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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