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트 ‘감정과 공감’에서 다룬 사례들이 ‘감정’적인 표현에 집중한 것 같아 이번에는 ‘공감‘에 관한 것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공감’의 의미는 ‘감정이나 입장을 공유하는’ 것으로 화자의 감정 및 입장을 청자(또는 독자)가 이해하도록 표현하는 것과 화자가 청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표현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번역가와 통역사는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변환할 때 대화의 1인칭 및 2인칭의 입장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위의 ‘입장’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지만, 그 중에 평상시에 스스로 인지하기 쉽지 않은 부분을 한번 짚어볼까 합니다.

 

흔히 웹사이트 번역을 ‘현지화(localization)’라고 부릅니다. 현지에 맞게 바꾼다는 의미인데 언어는 당연하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법률, 규제, 문화, 습관을 포함하여 그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나 앱, 보안 기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서 발주되는 광범위한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언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 지역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웹사이트와 같은 수준의 사용성을 목표로 하지요.

 

A라는 번역가가 B사의 웹사이트 번역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C라는 언어로 번역하던 중에 발생한 일례입니다.

 

우선 1인칭의 입장은 B사가 되겠고 2인칭은 C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현지인들입니다. A는 B사의 번역 팀 리더 및 프로그래머들과 몇 년을 함께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B사의 번역 팀 리더에게 이메일이 왔습니다.

 

B사의 프로그래머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회사들은 번역이 되었고 ‘LinkedIn, Salesforce’ 등의 회사 이름은 번역이 안 되었으니 일관성이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A는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회사들은 한국에도 잘 알려졌고 지사가 있지만, ‘LinkedIn과 Salesforce’와 같은 회사들은 B 웹사이트의 일반 한국인 사용자들이 잘 모를 수 있으므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답변을 보냈습니다.

 

B사는 수십 개 언어 별로 부랴부랴 고유 대명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그 시점까지 번역한 모든 고유명사를 검토하고 앞으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아마도 모든 고유명사를 번역했거나, 모든 고유명사를 번역하지 않고 영어로 사용한 번역가들은 며칠 동안 고생했을 것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이유와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기 것보다는, 왜 A 번역가가 그런 번역 스타일을 고집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식의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저는 A의 번역이 ‘공감’을 활용한 경우라고 풀이합니다. 웹사이트를 사용할 C언어 사용자들이 익숙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번역한 것이지요. 이런 상용 웹사이트에 ‘감정’이나 ‘감정적 공감’을 직접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인지적 공감’을 활용한 번역 스타일은 주목할 만한 중요성이 있습니다.

 

만일 ‘링크드인’이나 ‘세일즈포스’라고 번역했더라면 읽을 수는 있겠지만 이 회사들을 모를 경우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려고 해도 영어 원문이 없으면 쉽지 않습니다. ‘링크드인(LinkedIn)’이라고 괄호 안에 영어를 표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한 페이지에도 여러번 반복되는 단어를 이런 식으로 표기하면 어색할 뿐더러 길이가 길어져 편집이나 디자인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각종 링크나 메뉴 바는 길이나 크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화 번역의 가장 큰 목표는 현지인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외래어로 간주될 정도로 사용이 빈번한 고유 대명사라면 번역 표기를 하는 것이 맞고, 아직 외국어로 인식되는 단어는 외국어 원문 표기가 독자의 입장에서 편합니다.

 

외래어인가 외국어인가, 한글 표기가 맞는가 영어 표기가 맞는가의 결정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체의 특성상 국립국어원나 한글학회의 가이드라인은 언어의 사용 경향을 따라가고 기록하는 수준이어서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Tom은 아직도 ‘톰’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 데 실제 발음은 ‘탐’이라서 표기대로 읽으면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알란 톰’이 아닌 ‘알란 탐’ 표기를 택하고, 한편으로는 ‘Uncle Tom’s Cabin’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으로 그대로 사용됩니다. 톰도 Tom이고 탐도 Tom인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한글 맞춤법을 그냥 따르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라 매일 변화하고 진화합니다. 규칙과 전통, 관습만 따르는 습관을 들이면 번역과 통역 실력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번역가와 통역사는 학자와는 달리 작가나 기자처럼 최전선에서 언어를 활용하고 창조하는 직업군입니다. 누구나 언어 능력에 장단과 강약이 있겠지만, 머영가영이 주장하는 ‘감정과 공감(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을 모두 포함)’을 활용하는 방법을 훈련하면 유연성과 창조성, 순발력을 키우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공감의 중요성을 짧고 효과적으로 설명한 유튜브 비디오(영어) 링크를 아래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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